감정은 번역될 수 있을까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선택한 로맨스의 결말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총 12화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선호**와 고윤정,
그리고 홍자매 작가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감정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로 완결을 맞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밝혀진
‘도라미’의 정체는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주제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장치였습니다.

도라미의 정체
망상이 아닌, 상처가 만든 또 다른 자아
차무희가 만들어낸 인격 도라미는
단순한 상상이나 도피용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무희의 무의식 속에서 분리된 감정이
‘도라미’라는 자아로 형성된 것이죠.
- 도라미는 무희가 감당하지 못한 기억의 흔적
- 불안과 공포, 그리고 보호 본능의 집합체
-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자주 등장한 이유
즉, 도라미는
무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감정의 방패였습니다.

주호진의 변화
감정을 번역하던 남자에서, 진심을 전하는 사람으로
주호진은 직업적으로는
타인의 언어를 정확히 전달하는 통역사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앞에서는
언제나 한 박자 늦었습니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달라집니다.
- 설명하려 하지 않고
- 해석하려 들지 않으며
- 그저 곁에 머무는 선택을 합니다
여러 언어로 마음을 전하려는 무희 앞에서
호진이 선택한 방식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고,
그 침묵 속 키스 장면은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랑은 번역이 아니라, 태도로 전해진다는 것.

무희의 과거, 그리고 어머니의 존재가 남긴 흔적
무희는 오랫동안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밝혀진 진실은 다릅니다.
-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삼촌
- 부모는 살아 있었으며
- 무희의 기억은 왜곡된 채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도라미와 어머니의 모습이 닮아 있다는 설정은
무희의 무의식 속에
‘지워지지 않은 존재’가 남아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이 반전은
무희가 왜 사랑 앞에서 늘 도망쳤는지,
그리고 왜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줍니다.
도라미와의 작별, 무희가 자신의 언어를 되찾다
마지막 회에서
무희는 도라미와 작별을 선택합니다.
이는 곧
✔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 과거를 인정하며
✔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호진은
무희를 붙잡거나 설득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다립니다.
그리고 무희가 먼저 다가왔을 때,
두 사람은 더 이상 통역이 필요 없는 관계가 됩니다.

해피엔딩이지만, 뻔하지 않은 이유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결말은
분명 해피엔딩이지만
전형적인 로맨스 공식은 따르지 않습니다.
- 기적 같은 재회 ❌
- 과장된 감정 폭발 ❌
대신
상처를 마주한 뒤에야 시작되는 관계,
그리고 성장 이후의 사랑을 선택합니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빌린
감정 성장기에 가깝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이후,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주요 인물뿐 아니라
조연들의 서사 역시 조용히 정리됩니다.
- 주호진의 첫사랑 지선은 과거를 내려놓고
- 무희의 매니저 용우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
이 작은 이야기들까지 더해지며
드라마는 끝났지만
인물들의 삶은 계속될 것 같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로맨스를 가장한 감정 회복의 이야기
이 작품은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답합니다.
진짜 사랑은 통역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설렘과 오해, 반전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인물의 내면을 끝까지 따라간 구성 덕분에
이 드라마는 쉽게 잊히지 않는 로맨스로 남습니다.